
어릴 때 부모님이 마이클 잭슨 얘기를 꺼낼 때마다 쓰시던 표현이 있습니다. "다시는 안 나올 사람이야." 그 말이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는 걸, 영화 마이클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무대 위의 완벽함 뒤에 얼마나 복잡한 인간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복잡함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이 영화는 꽤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조셉 잭슨, 빌런인가 서툰 아버지인가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까지 아들을 몰아붙일 수 있을까? 영화 속 조셉 잭슨은 거의 완벽한 악역입니다. 어린 마이클을 매질하고, 실수 하나에도 가차 없이 체벌을 가하며, 성인이 된 아들의 예술적 선택마저 통제하려 듭니다.
실제 기록들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막내 자넷 잭슨은 다른 아이들처럼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조셉은 자녀들에게 자신을 반드시 '조셉'이라 부르게 했습니다. 소속사 사장처럼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였죠. 그러면서도 혼외 자녀 조바니에게는 '아빠'라는 호칭을 자유롭게 허락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 단순히 엄격한 아버지라기보다는 자녀를 상업적 자산으로 바라본 사람이었다는 인상이 강해집니다.
누나 라토야 잭슨의 폭로도 기억해 볼 만합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성냥으로 발에 불을 붙이거나 총을 머리에 겨누는 흉내를 냈다고 주장했고, 더 나아가 큰언니 레비와 자신을 성적으로 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증언까지 내놓았습니다. 가족 측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레비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어머니 캐서린도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죠. 라토야가 남편 잭 고든의 강요로 거짓 폭로를 했다가 이혼 후 번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진위 판단이 더 어렵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 있습니다. 조셉 잭슨의 불륜과 혼외 자녀 존재입니다. 잭슨 파이브(Jackson 5) 활동 시기 — 잭슨 파이브란 마이클을 포함한 잭슨 형제 다섯 명이 결성한 그룹으로, 1960년대 말부터 모타운 레코드 소속으로 활동했습니다 — 조셉은 비서 셰릴 테렐과의 사이에서 조바니를 낳았습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족 내 균열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죠.
마이클 잭슨 본인은 아버지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평생 안고 살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아버지 덕분에 성공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는 "잘못 대답했다간 죽을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며 그 시절 공포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이 한 마디가 영화 두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화 속 조셉이 과장된 빌런처럼 그려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실제보다 절제된 묘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팝 스타의 아버지이자 착취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한 인물을 단순한 악당으로 처리하는 건 쉽고, 그게 관객에게도 편합니다. 하지만 그 편함 안에서 놓치는 것도 있습니다.
빅토리 투어, 균열이 폭발한 순간
빅토리 투어(Victory Tour)를 둘러싼 이야기는 제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입니다. 여기서 빅토리 투어란 1984년 잭슨 형제들이 함께 발매한 앨범 '빅토리'를 기반으로 진행된 북미 콘서트 투어로, 겉으로는 가족 합동 공연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마이클 잭슨 단독 공연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관객 대부분은 다른 형제들이 아닌 오직 마이클 잭슨을 보러 왔고, 공연 셋리스트도 마이클의 솔로곡 중심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이 투어에서 드러난 갈등의 구조는 꽤 선명합니다.
- 아버지 조셉과 형제들의 목표: 수익 극대화. 티켓을 단일 판매 없이 4장 묶음으로 강제 판매하고, 당첨 여부와 무관하게 6~8주간 팬들의 돈을 계좌에 묶어두는 방식으로 이자 수익을 챙기려 했습니다.
- 마이클의 목표: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는 이 방식에 격렬히 반대했지만 조셉이 강행했습니다.
- 저메인 잭슨의 입장: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s) — 잭슨 파이브의 초기 소속사로, 솔 뮤직과 리듬앤블루스 전문 레이블입니다 — 사장 딸과 결혼해 형제들보다 유리한 계약 조건을 누리다가, 이혼 후 다시 동생의 명성에 기대기 위해 투어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이클의 성공은 타이밍과 운 덕분"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형제끼리 저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었거든요.
투어가 진행될수록 마이클은 탈수 증세까지 보일 만큼 지쳐갔습니다. 비행기도 따로 탔고, 호텔도 다른 층을 썼습니다. 필요한 회의가 열릴 때도 마이클 측 변호사 그룹, 저메인 측 변호사 그룹, 나머지 형제 변호사 그룹으로 완전히 쪼개졌다고 합니다.
마이클이 선택한 탈출 방법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지막 공연 무대 위에서 전 세계 팬들에게 직접 선언한 겁니다. 스태프도, 형제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이었습니다. 이후 대기실에서 형제들이 분노했다는 건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투어 수익 약 500만 달러 — 한화 약 70억 원 — 를 에이즈 연구 재단, 흑인 대학 연합 기금, 아픈 아이들을 위한 캠프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본인은 단 한 푼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이 행동 하나가,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데 긴 문장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영화가 빅토리 투어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되는 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의 인생 후반부에는 아동 성추행 의혹(1993년), 재판(2005년), 그리고 2009년 프로포폴(propofol)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 여기서 프로포폴이란 주로 수술 시 전신 마취에 사용되는 정맥 주사용 마취제로, 일반적인 수면제보다 강력하고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 까지 다루지 못한 이야기가 쌓여 있습니다. 제작사 라이언스 게이트가 속편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초기 편집본 분량이 4시간에 달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두 편 구성을 염두에 뒀다는 게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 자파르 잭슨은 형제 저메인과 동생 랜디가 같은 여성 알레한드라와 순서대로 연인 관계를 맺으며 낳은 아들입니다. 저메인과 랜디 사이에서 사귄 알레한드라가 결국 저메인과 결혼했고, 그 장남이 자파르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실제 아들들이 외모상 닮지 않아 캐스팅 과정에서 자파르가 선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Billboard).
음악 산업 전문가들은 마이클 잭슨의 로열티 수익 구조와 음악 저작권 포트폴리오가 사후에도 연간 수억 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출처: Forbes). 이는 그의 음악적 유산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화 자산임을 보여줍니다.
영화 마이클은 "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보다 "천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부모님이 쓰셨던 그 표현 — "다시는 안 나올 사람" — 이 칭찬이 아니라 애도처럼 들리기 시작한 건, 영화가 끝나고 나서였습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이 사람의 이야기가 어디서 더 무너지는지 계속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